«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 의 그래픽 디자인
디자이너는 무엇을 위해 디자인하는가?
1964년 런던 산업 예술가 모임 회의에서 갈랜드(Ken Garland)는 ‘First Things First’와 22명의 시각 커뮤니케이터는 디자인 매니페스토를 발표했다. 그들이 활동한 시기는 급격한 산업화로 상품 판매에 목적을 두는 상업적 디자인이 많았기 때문에, 디자인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본질적인 가치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하자는 선언문이었다. 디자이너들은 이상을 실현하는 움직임의 시작이자 구체적인 행동 강령으로 매니페스토를 작성하여 시대를 객관화하고 가치의 우선순위를 매겼다. 이 선언문의 인물 중 한 명인 티보 칼맨(Tibor Kalman)은 누구라도 전문 사진작가를 고용하고 멋있는 서체를 쓰면 그럴듯한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그래서 얻는 것은 무엇인지에 질문을 던진다. 그는 자본주의가 심화한 사회에서 디자이너들이 자본의 힘에 조력해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데 재능을 소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본 전시 그래픽 디자인에 앞서 1964년의 매니페스토를 상기하며 그래픽 디자이너로 어떤 실천적 노력이 필요한지 고민하게 되었으며, 디자인 구현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래픽 디자인 태도를 돌아봐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아무리 이상적인 가치라도 실천 없이는 막연한 개념으로 남기 때문에 디자인 기조를 잡고 실행에 옮기고자 했다.
전시 그래픽은 전시 주제와 기획 내용을 해석하여 정보를 전달하고 동선을 알리며 전시의 개성과 정체성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전시 그래픽은 예산과 전시장 내 시설 요인들에 의해 설치 방법이 좌우 된다. 기후미술관 전시는 기존의 전시 디자인 방법론을 벗어나 별도의 공사 없이 구조를 세우고, 가구를 새롭게 디자인하지 않고 기물을 활용하는 목표가 있었다. 따라서 그래픽 디자이너도 그 목표에 맞는 태도를 취해야 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시 대두되었던 것은 전시 그래픽 설치 과정에서 사용되는 시트지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었다. 시트지 설치는 전시 기간의 촉박한 일정과 유연한 사용 방법으로 전시 그래픽에서는 빠질 수 없는 시공 방식이다. 시트지는 보통 전시에 사용 후 제거되어 버려지는데, 전시 기간 내 단기간 사용 후 바로 쓰레기가 되는 것이다. 시트지는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염화비닐 재료인 PVC(Poly vinyl chloride)의 다른 이름이다. 불이 붙지 않고 염소를 뿜는 특징이 있어 재활용이 다소 어렵다. 따라서 전시의 기획 내용에 맞게 시트지를 활용하지 않는 방법론을 간구 해야 했다. 전시 작품과 달리 원본에 진위가 중요하지 않은 전시 그래픽 디자인은 보관되거나 보존되지 않는다.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대부분인 전시 그래픽 영역에서 비닐을 사용하지 않는 연출 방법과 재료를 중점으로 고민을 하였다.
1. 이면지 활용
전시 그래픽 디자이너는 시트지와 종이라는 물성을 가장 많이 다루게 된다. 이중 시트지를 제외하면 종이라는 물성이 남는데, 종이는 주변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재활용에 용이한 편이다. 따라서 종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재가공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하게 되었고,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면지를 활용해보고자 했다. 이미 이면지 활용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고 행하는 새활용 방식이다. 이면지 문서는 미술관 사무실과 건축학과 과제 후 버려지는 종이를 취합하였다. 일반적인 복사 용지는 산업 표준 규격을 갖고 있어 A열, B열, 미국식, 영국식 등 프린터에 따라 다양한 조합이 가능한 응용의 폭이 넓은 시스템으로 구축할 수 있다. 국내는 보통 A계열의 A4 와 A3크기의 이면지 발생량이 많다. 공간에 활용할 경우 A4(210x297)는 모듈이 작아지고 시공 부담이 생겨, 레이저 프린터 기준 A3(297x420)를 사용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복사 용지는 80g정도로 먼저 인쇄된 정보가 흐릿하게 노출되는 비침 현상이 발생한다. 이 비침은 정보를 겹치게 할 수 있으며, 지질에 따라 텍스처 및 색상 차이가 발생하여 인쇄된 종이의 다름이 새로운 심미적 가치를 획득하게 된다. 특히 본 전시의 경우 먼저 인쇄된 이미지들 대부분이 건축 도면이라 건설에 의한 에너지 소비를 비판하는 기획 내용을 그래픽으로 고조할 수 있었으며, 레이저 프린터기의 물림 여백(Gripper Margin)은 모듈로 작용하여 전시장 내 그래픽 언어의 일관성을 부여한다. 마지막으로 이면지 설치 시 종이 양면 테이프를 사용하여 철거 이후에도 사용된 종이는 폐기물이 아닌 재활용 할 수 있도록 했다.
2. 잉크 사용량
폐기물 발생을 줄이기 위해 시립미술관에서 발생한 A3 이면지를 모아 전시장 그래픽으로 사용하기로 한 후 다음으로 잉크의 경제성과 친환경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인쇄 과정을 포함하는 포스터 및 외부 현수막을 제외한 초청장, 브로슈어 등을 만들지 않고 최소한의 홍보 인쇄물을 제작하기로 하였다. 일반적으로 전시 그래픽 인쇄물은 오프셋 인쇄기를 사용하는데, 오프셋 인쇄의 경우 잉크 롤러가 많아 잉크가 낭비되거나 시험 인쇄에 낭비되는 종이, 폐수 발생 등의 문제가 있다. 따라서 오프셋 인쇄보다 조금 더 경제적이라 생각되는 가정용 디지털 인쇄 또는 레이저 프린터를 사용했다. 이외의 방식을 간구하던 중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견하였는데, Comparando Fuentes Ecológicas 라는 제목의 스페인 연구로 잉크 절약 방법에 관한 실험이었다. 한국에서는 네이버 에코폰트로 익히 알고 있는 잉크 트랩 방식의 서체 연구 결과로 인쇄된 글자의 전체 표면적을 줄임으로써 잉크를 절약하는 모노타입(monotype)의 라이먼 에코(Ryman Eco)서체와 에코 폰트 및 사용량이 많은 서체를 비교군으로 두고 결괏값을 도출한 내용이었다. 결론적으로 가장 절약하는 서체는 모노 타입의 라이먼 에코 폰트였다. 하지만 근삿값으로 타임즈 뉴 로만(Times New Roman)과 알레그레야(Alegreya)가 있다. 그리고 잉크 절약 중 망점 인쇄 또는 스크린 인쇄 방식인 패턴 인쇄로 잉크 절약의 유사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데, 표면적을 줄여 만든 에코 서체 방식으로 사람의 눈을 속이는 것이다. 실제 망점 결과를 100%, 90%, 80%, 70% 단계로 조율하며 절감 효과를 실험하였는데, 이는 기존 프린터 업체인 hp, epson 등 에서도 제안하는 방식이다. 단색 카트리지를 사용하고 회색조로 지정하여 블랙 잉크만 사용하는 것을 권고하기도 한다. 이런 결과를 참고하여 잉크 사용량을 줄이고자 전시 그래픽 영역은 한 가지 색만 사용하며 망점 방식의 인쇄 방식을 활용하기로 했다. 다만 단순히 방식 차용을 넘어 의미로써 적용해 본 전시에서 이야기하는 죽어가는 오이코스, 짓고 부수는 주택,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존을 돕는 집에서 힌트를 얻었다. 생존을 돕는 집은 벌, 새, 나비들의 생존을 돕는 집으로 마련되는데 이중 벌집 패턴이 망점에 대응하기 좋은 패턴이며 집의 의미를 담아내는 데 그래픽 요소로 활용하기 적합하였다. 벌집의 육각형은 최소한의 재료로 최대한의 공간을 확보하는 가장 경제적인 구조이자 가장 균형감 있게 힘을 나누는 안정적인 구조이다. 낭비가 없는 완벽한 패턴으로 불리는 육각형을 망점이라는 인쇄 시스템에 반영하여 그래픽 디자인을 진행했다. 전시장에서는 '나눔명조에코'와 'Ryman Eco' 서체를 사용했다. 에코 폰트는 심미성보다는 잉크절약 효과에 초점을 맞춘 글꼴로, 글자크기가 작은 본문 사용을 권장하지만 본 전시에서는 서체의 비어있는 구멍이 보임으로써 전시의 맥락과 의미적인 결을 맞추기로 했다. 이미지 인쇄는 작가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는 망점으로 진행하지 않았으며, 포스터, 현수막, 온라인 홍보물 등은 본래의 망점 인쇄 기조를 유지했다.
3. 디지털 환경(https://assemblage.house, 테크캡슐+이용현)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제작물을 최소화하고 대부분의 정보를 온라인으로 전달하기로 하면서, 디지털상의 디자인 기조도 정립하고자 했다. 보이지 않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디지털상에도 탄소 발자국은 존재한다.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고 인터넷을 사용하는 데에는 전력이 필요하고 그 전력을 만드는 데 이산화탄소와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1메가바이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1g 정도라고 하니 메일, 전화, 메시지, 영상 시청을 할 때도 탄소는 발생한다. 우리 삶에도 당장 탄소 발생을 없애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력 사용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여 데이터 크기를 줄이고, 모니터 밝기를 어둡게 사용하기로 했다. 전시 공간에서는 인쇄의 잉크를 덜 사용하기 위해 흰색 여백이 보일 수 있는 망점 방식을 취했다면 디지털 공간에서는 절전을 위해 모니터 배경을 어두운 모드로 사용하여 배터리 사용률을 줄이기로 했다. 타입페이스의 경우엔 서버에서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개인 컴퓨터에 설치된 시스템 폰트인 Times New Roman을 사용하도록 하는 행위를 통해 전시 기획팀 내 가능한 범위 내에서 노력 하기로 했다. 본 전시에서는 한정된 시간과 시공 방식에 맞춰 이면지 활용, 망점 인쇄, 모니터 밝기 감소 방식으로 대응해 보았다.
4. 전시 그래픽 디자이너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는 전시 기획이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이 명확했다. 지금 ‘당장’ 전시를 준비하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으로 디자인을 시작했으며 이면지, 옵셋 인쇄의 지양, 에코 폰트, 망점 인쇄 등의 대안으로 전시 그래픽 언어로 반영했다. 전시의 짧은 기간과 예산, 제도권 적 제한, 관습적으로 행해지는 과정 등 현실은 디자이너에게 수동적 태도를 취하게 한다. 단순히 설치 재료를 바꾼다고 해서 제로 탄소를 달성하지 못하지만, 새로운 도구와 대안을 찾아보는 사례이자 방법론을 확장한 예다. 전시 그래픽 디자이너는 전시 주제와 기획 내용을 해석하여 정보를 전달하고 동선을 알리며 개성과 정체성을 반영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작품’과 달리 원본의 진위가 중요하지 않고, 전시가 끝나면 바로 폐기되는 일회적인 영역이다. 일반적으로 시트지, 포맥스 등을 활용하여 전시장 내에 그래픽 설치를 하고 전시가 끝나면 바로 폐기물이 된다. 이러한 과정을 답습하기보다 긴 호흡으로 구현 방식을 고민하고 연구의 필요성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전시를 위한 환경적 실천을 위해서는 더 많은 친환경적인 방법론은 필요하며 보편성, 사회적 책임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며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고 방향을 찾아가는 디자이너의 노력이 필요하다. 디자이너는 통찰력을 바탕으로 의미와 스타일, 사회적인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전시 그래픽 디자이너로써 전시 기획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재료의 연구와 시공 방식의 연구가 필요한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폐기물을 폐기물로 보지 않는 시각과 다회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등의 방법론적 과정과 함께 지속 가능한 활동으로 이어져 나가길 희망한다.
전시 그래픽 디자이너
홍박사
2021. 6. 8.
«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 » 의 그래픽 디자인
전시 그래픽은 전시된 작품과 달리 일회적이어서 플라스틱 제품인 비닐 시트지를 사용하지 않는 연출 방법을 고민하였다. «기후미술관»은 시트지 대신 일상 업무에서 사용되고 남은 이면지1를 재활용하였다. 오프셋 인쇄2에 소모되는 에너지와 잉크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한 가지 컬러를 사용했으며 인쇄 면적이 큰 이미지는 육각형 망점3으로 대체하고, 서체는 가능한 잉크 소모가 적은 폰트4를 사용했다. 또한, 오프라인의 제작물을 최소화하고 대부분의 정보를 온라인으로 전달하였다. 온라인에서도 배경색을 어두운 모드로 유지하고 시스템 폰트5를 사용해 전력 소모를 줄였다. 한정된 시간, 구현 가능한 범위 내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실천적 태도를 취했다.
1. 이면지: 바깥에 드러나지 아니한 뒷면의 종이.
2. 오프셋 인쇄: 인쇄판과 고무롤러를 사용해서 종이에 인쇄하는 방법으로 보통 원색 인쇄의 경우 청, 적, 황, 먹 (CMYK)의 순서로 네 가지 컬러를 사용한다. 기름과 물이 서로 섞이지 않는 점을 이용한 석판 인쇄 방식을 응용한 인쇄 방식으로 주로 대량 인쇄에 사용한다.
3. 망점: 디지털 인쇄 시 망점으로 인쇄할 경우 잉크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일반적인 망점인쇄는 원의 형태를 가지고 있으나, 본 전시의 망점은 전시 기획 내용 중 생존을 돕는 집을 상징적으로 변환하여 육각형으로 사용했다.
4. 나눔 글꼴 에코: 나눔고딕과 나눔명조에 구멍을 뚫어 잉크를 절약할 수 있도록 만든 글꼴로, 문서를 출력할 때 미세한 구멍 안으로 잉크가 번져 빈 곳이 채워진다. 이 방식으로 최대 35%까지 잉크를 절약하며, 1년에 1,000만 개 이상이라는 잉크 카트리지 폐기량과 잉크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글꼴마다 잉크 소모량이 다르고, 기준에 따라도 다르다. 시스템 폰트 중 Arial은 Times New Roman보다 27% 더 많은 잉크를 소모한다.
5. 시스템 폰트: 컴퓨터 시스템에서 사용자에 의하여 별도의 형식으로 정의되지 않은 경우에 시스템에서 문자 정보를 출력하기 위하여 기본으로 사용하는 글꼴이다.
Graphic Design for Climate Museum
Exhibition graphic design, in contrast to the works displayed, is temporary by nature. Hence, Climate Museum avoided the use of vinyl sheet, a plastic product, instead re-using copy paper. To reduce the amount of energy and ink in offset printing, all graphics were set in single color dyes. Hexagonal screens were deployed for large printed images and fonts that consume less ink were selected. Offline production was kept to a minimum as most information was conveyed online. Online platforms are maintained exclusively in dark mode and employ system fonts to reduce electricity. Within the limits of time and resources, graphic design becomes a practice of sustainability.
Exhibition graphic design and installation
Relevance
Reducing waste from graphic installations in museums
Fit for purpose
A way to replace the vinyl sheet (PVC) used for installation for exhibition graphics.
Aesthetics
(A unique aesthetic property in) the reflective quality and an overlap of the paper.
More echo-friendlly than conventional way of using vinyl that is disposed of once used
Execution
1. Re-using copy paper.
2. Not printing offset
3. Reducing ink usage
4. Using eco fonts
Usability
International standard specifications are available, and you can use an office printer.
Efficiency
The less difficulty of making production, and easier graphical modification.
User Benefit - The user may attach a printed paper using a double-sided paper tape.
Sustainability
A graphical installation method that has never been used in existing museum exhibitions.
The use of echo fonts and the tiling of paper that reveals the brand identity of pursuing echo design.
Existing plastic waste was not generated.
The paper can be reused, and it can be recycled because the paper is not particularly processed.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 의
그래픽 디자인
디자이너는 무엇을 위해 디자인하는가?
1964년 런던 산업 예술가 모임 회의에서 갈랜드(Ken Garland)는 ‘First Things First’와 22명의 시각 커뮤니케이터는 디자인 매니페스토를 발표했다. 그들이 활동한 시기는 급격한 산업화로 상품 판매에 목적을 두는 상업적 디자인이 많았기 때문에, 디자인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본질적인 가치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하자는 선언문이었다. 디자이너들은 이상을 실현하는 움직임의 시작이자 구체적인 행동 강령으로 매니페스토를 작성하여 시대를 객관화하고 가치의 우선순위를 매겼다. 이 선언문의 인물 중 한 명인 티보 칼맨(Tibor Kalman)은 누구라도 전문 사진작가를 고용하고 멋있는 서체를 쓰면 그럴듯한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그래서 얻는 것은 무엇인지에 질문을 던진다. 그는 자본주의가 심화한 사회에서 디자이너들이 자본의 힘에 조력해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데 재능을 소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본 전시 그래픽 디자인에 앞서 1964년의 매니페스토를 상기하며 그래픽 디자이너로 어떤 실천적 노력이 필요한지 고민하게 되었으며, 디자인 구현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래픽 디자인 태도를 돌아봐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아무리 이상적인 가치라도 실천 없이는 막연한 개념으로 남기 때문에 디자인 기조를 잡고 실행에 옮기고자 했다.
전시 그래픽은 전시 주제와 기획 내용을 해석하여 정보를 전달하고 동선을 알리며 전시의 개성과 정체성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전시 그래픽은 예산과 전시장 내 시설 요인들에 의해 설치 방법이 좌우 된다. 기후미술관 전시는 기존의 전시 디자인 방법론을 벗어나 별도의 공사 없이 구조를 세우고, 가구를 새롭게 디자인하지 않고 기물을 활용하는 목표가 있었다. 따라서 그래픽 디자이너도 그 목표에 맞는 태도를 취해야 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시 대두되었던 것은 전시 그래픽 설치 과정에서 사용되는 시트지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었다. 시트지 설치는 전시 기간의 촉박한 일정과 유연한 사용 방법으로 전시 그래픽에서는 빠질 수 없는 시공 방식이다. 시트지는 보통 전시에 사용 후 제거되어 버려지는데, 전시 기간 내 단기간 사용 후 바로 쓰레기가 되는 것이다. 시트지는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염화비닐 재료인 PVC(Poly vinyl chloride)의 다른 이름이다. 불이 붙지 않고 염소를 뿜는 특징이 있어 재활용이 다소 어렵다. 따라서 전시의 기획 내용에 맞게 시트지를 활용하지 않는 방법론을 간구 해야 했다. 전시 작품과 달리 원본에 진위가 중요하지 않은 전시 그래픽 디자인은 보관되거나 보존되지 않는다.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대부분인 전시 그래픽 영역에서 비닐을 사용하지 않는 연출 방법과 재료를 중점으로 고민을 하였다.
1. 이면지 활용
전시 그래픽 디자이너는 시트지와 종이라는 물성을 가장 많이 다루게 된다. 이중 시트지를 제외하면 종이라는 물성이 남는데, 종이는 주변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재활용에 용이한 편이다. 따라서 종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재가공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하게 되었고,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면지를 활용해보고자 했다. 이미 이면지 활용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고 행하는 새활용 방식이다. 이면지 문서는 미술관 사무실과 건축학과 과제 후 버려지는 종이를 취합하였다. 일반적인 복사 용지는 산업 표준 규격을 갖고 있어 A열, B열, 미국식, 영국식 등 프린터에 따라 다양한 조합이 가능한 응용의 폭이 넓은 시스템으로 구축할 수 있다. 국내는 보통 A계열의 A4 와 A3크기의 이면지 발생량이 많다. 공간에 활용할 경우 A4(210x297)는 모듈이 작아지고 시공 부담이 생겨, 레이저 프린터 기준 A3(297x420)를 사용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복사 용지는 80g정도로 먼저 인쇄된 정보가 흐릿하게 노출되는 비침 현상이 발생한다. 이 비침은 정보를 겹치게 할 수 있으며, 지질에 따라 텍스처 및 색상 차이가 발생하여 인쇄된 종이의 다름이 새로운 심미적 가치를 획득하게 된다. 특히 본 전시의 경우 먼저 인쇄된 이미지들 대부분이 건축 도면이라 건설에 의한 에너지 소비를 비판하는 기획 내용을 그래픽으로 고조할 수 있었으며, 레이저 프린터기의 물림 여백(Gripper Margin)은 모듈로 작용하여 전시장 내 그래픽 언어의 일관성을 부여한다. 마지막으로 이면지 설치 시 종이 양면 테이프를 사용하여 철거 이후에도 사용된 종이는 폐기물이 아닌 재활용 할 수 있도록 했다.
2. 잉크 사용량
폐기물 발생을 줄이기 위해 시립미술관에서 발생한 A3 이면지를 모아 전시장 그래픽으로 사용하기로 한 후 다음으로 잉크의 경제성과 친환경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인쇄 과정을 포함하는 포스터 및 외부 현수막을 제외한 초청장, 브로슈어 등을 만들지 않고 최소한의 홍보 인쇄물을 제작하기로 하였다. 일반적으로 전시 그래픽 인쇄물은 오프셋 인쇄기를 사용하는데, 오프셋 인쇄의 경우 잉크 롤러가 많아 잉크가 낭비되거나 시험 인쇄에 낭비되는 종이, 폐수 발생 등의 문제가 있다. 따라서 오프셋 인쇄보다 조금 더 경제적이라 생각되는 가정용 디지털 인쇄 또는 레이저 프리터를 사용했다. 이외의 방식을 간구하던 중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견하였는데, Comparando Fuentes Ecológicas 라는 제목의 스페인 연구로 잉크 절약 방법에 관한 실험이었다. 한국에서는 네이버 에코폰트로 익히 알고 있는 잉크 트랩 방식의 서체 연구 결과로 인쇄된 글자의 전체 표면적을 줄임으로써 잉크를 절약하는 모노타입(monotype)의 라이먼 에코(Ryman Eco)서체와 에코 폰트 및 사용량이 많은 서체를 비교군으로 두고 결괏값을 도출한 내용이었다. 결론적으로 가장 절약하는 서체는 모노 타입의 라이먼 에코 폰트였다. 하지만 근삿값으로 타임즈 뉴 로만(Times New Roman)과 알레그레야(Alegreya)가 있다. 이외로 잉크 절약 중 망점 인쇄 또는 스크린 인쇄 방식인 패턴 인쇄로 잉크 절약의 유사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데, 표면적을 줄여 만든 에코 서체 방식으로 사람의 눈을 속이는 것이다. 실제 망점 결과를 100%, 90%, 80%, 70% 단계로 조율하며 절감 효과를 실험하였는데, 이는 기존 프린터 업체인 hp, epson 등 에서도 제안하는 방식이다. 단색 카트리지를 사용하고 회색조로 지정하여 블랙 잉크만 사용하는 것을 권고하기도 한다. 이런 결과를 참고하여 잉크 사용량을 줄이고자 전시 그래픽 영역은 한 가지 색만 사용하며 망점 방식의 인쇄 방식을 활용하기로 했다. 다만 단순히 방식 차용을 넘어 의미로써 적용해 본 전시에서 이야기하는 죽어가는 오이코스, 짓고 부수는 주택,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존을 돕는 집에서 힌트를 얻었다. 생존을 돕는 집은 벌, 새, 나비들의 생존을 돕는 집으로 마련되는데 이중 벌집 패턴이 망점에 대응하기 좋은 패턴이며 집의 의미를 담아내는 데 그래픽 요소로 활용하기 적합하였다. 벌집의 육각형은 최소한의 재료로 최대한의 공간을 확보하는 가장 경제적인 구조이자 가장 균형감 있게 힘을 나누는 안정적인 구조이다. 낭비가 없는 완벽한 패턴으로 불리는 육각형을 망점이라는 인쇄 시스템에 반영하여 그래픽 디자인을 진행했다. 전시장에서는 '나눔명조에코'와 'Ryman Eco' 서체를 사용했다. 에코 폰트는 심미성보다는 잉크절약 효과에 초점을 맞춘 글꼴로, 글자크기가 작은 본문 사용을 권장하지만 본 전시에서는 서체의 비어있는 구멍이 보임으로써 전시의 맥락과 의미적인 결을 맞추기로 했다. 이미지 인쇄는 작가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는 망점으로 진행하지 않았으며, 포스터, 현수막, 온라인 홍보물 등은 본래의 망점 인쇄 기조를 유지했다.
3. 디지털 환경(https://assemblage.house, 테크캡슐+이용현)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제작물을 최소화하고 대부분의 정보를 온라인으로 전달하기로 하면서, 디지털상의 디자인 기조도 정립하고자 했다. 보이지 않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디지털상에도 탄소 발자국은 존재한다.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고 인터넷을 사용하는 데에는 전력이 필요하고 그 전력을 만드는 데 이산화탄소와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1메가바이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1g 정도라고 하니 메일, 전화, 메시지, 영상 시청을 할 때도 탄소는 발생한다. 우리 삶에도 당장 탄소 발생을 없애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력 사용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여 데이터 크기를 줄이고, 모니터 밝기를 어둡게 사용하기로 했다. 전시 공간에서는 인쇄의 잉크를 덜 사용하기 위해 흰색 여백이 보일 수 있는 망점 방식을 취했다면 디지털 공간에서는 절전을 위해 모니터 배경을 어두운 모드로 사용하여 배터리 사용률을 줄이기로 했다. 타입페이스의 경우엔 서버에서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개인 컴퓨터에 설치된 시스템 폰트인 Times New Roman을 사용하도록 하는 행위를 통해 전시 기획팀 내 가능한 범위 내에서 노력 하기로 했다. 본 전시에서는 한정된 시간과 시공 방식에 맞춰 이면지 활용, 망점 인쇄, 모니터 밝기 감소 방식으로 대응해 보았다. 그러나 이것은 전시 그래픽 중 하나의 태도 일 뿐이다. 전시를 위한 환경적 실천을 위해서는 더 많은 친환경적인 방법론은 필요하며 보편성, 사회적 책임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며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고 방향을 찾아가는 디자이너의 노력이 필요하다. 디자이너는 통찰력을 바탕으로 의미와 스타일, 사회적인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전시 그래픽 디자이너로써 전시 기획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재료의 연구와 시공 방식의 연구가 필요한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폐기물을 폐기물로 보지 않는 시각과 다회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등의 방법론적 과정과 함께 지속 가능한 활동으로 이어져 나가길 희망한다.
전시 그래픽 디자이너
홍박사
2021. 6. 8.
전시 그래픽은 전시된 작품과 달리 일회적이어서 플라스틱 제품인 비닐 시트지를 사용하지 않는 연출 방법을 고민하였다. ‹기후미술관›은 시트지 대신 일상 업무에서 사용되고 남은 이면지1를 재활용하였다. 오프셋 인쇄2에 소모되는 에너지와 잉크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한 가지 컬러를 사용했으며 인쇄 면적이 큰 이미지는 육각형 망점3으로 대체하고, 서체는 가능한 잉크 소모가 적은 폰트4를 사용했다. 또한, 오프라인의 제작물을 최소화하고 대부분의 정보를 온라인으로 전달하였다. 온라인에서도 배경색을 어두운 모드로 유지하고 시스템 폰트5를 사용해 전력 소모를 줄였다. 한정된 시간, 구현 가능한 범위 내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실천적 태도를 취했다.
1. 이면지: 바깥에 드러나지 아니한 뒷면의 종이.
2. 오프셋 인쇄: 인쇄판과 고무롤러를 사용해서 종이에 인쇄하는 방법으로 보통 원색 인쇄의 경우 청, 적, 황, 먹 (CMYK)의 순서로 네 가지 컬러를 사용한다. 기름과 물이 서로 섞이지 않는 점을 이용한 석판 인쇄 방식을 응용한 인쇄 방식으로 주로 대량 인쇄에 사용한다.
3. 망점: 디지털 인쇄 시 망점으로 인쇄할 경우 잉크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일반적인 망점인쇄는 원의 형태를 가지고 있으나, 본 전시의 망점은 전시 기획 내용 중 생존을 돕는 집을 상징적으로 변환하여 육각형으로 사용했다.
4. 나눔 글꼴 에코: 나눔고딕과 나눔명조에 구멍을 뚫어 잉크를 절약할 수 있도록 만든 글꼴로, 문서를 출력할 때 미세한 구멍 안으로 잉크가 번져 빈 곳이 채워진다. 이 방식으로 최대 35%까지 잉크를 절약하며, 1년에 1,000만 개 이상이라는 잉크 카트리지 폐기량과 잉크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글꼴마다 잉크 소모량이 다르고, 기준에 따라도 다르다. 시스템 폰트 중 Arial은 Times New Roman보다 27% 더 많은 잉크를 소모한다.
5. 시스템 폰트: 컴퓨터 시스템에서 사용자에 의하여 별도의 형식으로 정의되지 않은 경우에 시스템에서 문자 정보를 출력하기 위하여 기본으로 사용하는 글꼴이다.
Graphic Design for Climate Museum
Exhibition graphic design, in contrast to the works displayed, is temporary by nature. Hence, Climate Museum avoided the use of vinyl sheet, a plastic product, instead re-using copy paper. To reduce the amount of energy and ink in offset printing, all graphics were set in single color dyes. Hexagonal screens were deployed for large printed images and fonts that consume less ink were selected. Offline production was kept to a minimum as most information was conveyed online. Online platforms are maintained exclusively in dark mode and employ system fonts to reduce electricity. Within the limits of time and resources, graphic design becomes a practice of sustainability.